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년엔 뭘 입고 다녔지?" , "분명히 작년에 산 거 같은데 왜 입을 옷이 없지?"라며 괜스레 옷장을 뒤적거리는 것입니다. 입을 옷이 없는 것이 아닌 걸 뻔히 알고 있지만 워낙 유행이 빨리 지나가다 보니 작년에 샀던 옷이 입고 싶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획과 생산, 유통을 직접 하여 발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내는 SPA 브랜드의 등장과 SNS의 발달로 패스트패션이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패션 유행이라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라진 패션 소비의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저도 무지한 상태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가나의 옷 시장의 의류 폐기물에 대한 글을 쓰다가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의류 폐기물과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돌아서면 바뀌는 패스트패션
1) 패스트패션이란?
- 주문 즉시 나오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추어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패스트패션'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에 유행에 맞는 옷을 살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해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옷의 질이 좋을 리가 없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 탓에 몇 번 입고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2) 최근 패스트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젊은 세대들의 패스트패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문 결과 62.5%의 사람들이 패스트패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37.5%는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50%의 사람들이 슬로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소비자들이 의류 폐기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려는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띄게 보입니다.
3) 환경에 미치는 영향
- 옷은 재료부터 생산과정, 소비와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플라스틱 합성섬유의 생산은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됩니다. 천연 섬유인 면화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수자원의 양은 어마어마하고, 살충제와 제초제는 심각한 토양오염을 일으킵니다.
- 의류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의 양이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티셔츠 한 장을 제작하는데 약 2,700L의 물이 필요하고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무려 7,000L라고 합니다. 2,700L의 물이라 하면 그 양이 가늠이 잘되지 않는데 이는 변기 물을 200번 내릴 수 있는 양이고 7,000L는 4인 가족이 5~6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물이라고 합니다.
- 의류 제작을 하면서 나오는 폐수의 양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패션 브랜드 제품 생산 공장이 많은 방글라데시에서는 연간 2만 2000톤의 독성 폐수가 발생하여 주변에 많은 환경 문제를 초래합니다.
- 패스트패션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항공기와 해상 운송의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 의류 폐기물은 주로 매립하거나 소각을 하게 됩니다. 매립을 하게 될 경우 나일론, 아크릴, 합성섬유 등을 이용해 만든 옷들은 자연분해가 되는 기간이 수백 년이 걸리게 되고 소각을 할 경우에는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이 됩니다. 정말 처치 곤란한 옷들이 지구를 뒤덮고 있습니다.
- 섬유의 자연 분해되는 시간 : 면(1주~5개월) / 마(2주) / 청바지(10개월~1년) / 실크(1년~2년) / 양모(1년~5년) / 나일론(30년~40년) / 폴리에스터(20년~200년) /스판덱스(알 수 없음)
- 의료 수거함의 폐의류들은 수탁업체에 의해 분류되어 가치가 없는 옷들은 매립하거나 소각합니다. 가치가 있는 옷의 90% 이상은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지고 10%는 국내 시장의 중고 매장으로 옮겨집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보내는 의류 수출량은 전 세계 5위로 2021년 기준 3억 4,770만 달러를 수출했다고 합니다.
#2 지속 가능한 패션의 대안
1) 슬로패션 지향하기
- 우선 옷을 구매하는 주기를 늘려 적게 사는 소비 습관으로 바꿉니다. 또한 저렴한 가격 위주로 구매하기보다 좋은 원단으로 제작되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더 값을 주고 구매를 하더라도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욱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2) 의류 업사이클링 활용하기
- 버려지거나 입지 않는 옷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옷으로 만듭니다. 최근에는 안 입는 옷을 리폼해서 입거나 가방으로 만들어 입는 분들도 있고 전문적으로 리폼을 해주는 업체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3) 나눔이나 기부하기
- 지역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나눔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혀 입지 못할 만큼 떨어지거나 해진 옷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유행이 지났다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을 때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늘 입었던 옷이라 질리기도 해서 입지 않지만 또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신선한 디자인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버리기보단 나눔이나 기부를 통해 재활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마치며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대로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구 환경에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소각도 매립도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기에 사실상 어마어마한 옷더미는 처치 곤란의 상황입니다. 개발도상국에 수출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결국 폐기물로 버려지는 의류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앞서 포스팅했던 내용 중에 세계 최대의 중고 옷 시장인 가나의 현실만 보아도 처참합니다. 우선 우리가 먼저 패스트패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소비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더 나은 소비문화를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늘 그렇듯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세상을 만듭니다.